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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울한 감정이 든다는 사람들을 모두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인간관계, 업무상의 스트레스, 시험에서의 낙방, 실연 등 일상 속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우울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회복되어 예전의 밝은 기분을 되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감정’에는 정말 시간이 약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에서는 어떤 상태를 ‘우울증’이라고 진단할까요?

‘우울증’은 반드시 인지하고 치료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개인의 의지박약, 능력 부족, 게으름 등과 ‘우울증’ 치료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우울증’을 방치하였을 경우 최악의 경우 ‘자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우울증의 증상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소한 일에도 자꾸 눈물이 난다.

2. 화장은 물론, 씻는 것조차 귀찮다.

3. 식욕이 없어지거나 음식을 삼키기조차 힘들다.

4. 수면 장애가 오고, 낮에 심하게 졸음이 온다.

5.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

6. 초조하고 불안하며 진정이 되지 않으며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든다.

7.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8.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건망증이 심해진다.

9. 이해력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10.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고 나만 미움을 받는 것 같다.

11. 늘 자책하고,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만 든다.

12. 어두운 곳이 더 편하게 느껴지고 열등감이 심해진다.

13. 활기와 의욕이 없고, 몸은 젖은 솜처럼 늘 무겁다.

14. 친구나 가족도 믿을 수가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버겁다.

15.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피곤하다.

16.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섹스에 관심이 없어진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 말고도 훨씬 세부적이고 섬세한 증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상적인 상태와는 확연히 다른 증상들을 자각할 수 있고, 주변인들이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증이 발병하게 된 데에는 개개인의 사연이 있습니다. 즉,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인 조건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병한다고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갖가지 감정적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의 고독감, 갑작스러운 사고, 이별이나 사별, 실직과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과거나 현재에 우울증을 유발할 만한 이슈가 없음에도 발병을 한 경우에는 환자 자신이나 주변인도 그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불리는 심각한 스트레스나 스스로 느끼는 직장에서의 압박감에 의해 우울증이 발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래의 스트레스가 아닌 과거에 처해졌던 환경에 문제가 있었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을 경험한 경우에도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회사만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던 사람이 느끼는 무기력과 허탈감(Burnout syndrome) 등도 우울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직장으로부터 오는 우울증은 자신이 투자한 것에 비해 보상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때,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음을 누차 확인할 때에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가사 일에만 매달리던 여성이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과 지금의 현실 사이에서 커다란 괴리(乖離)를 느끼게 되어도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역할이나 일의 양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못한 채 떠밀리듯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마음의 병이 우울증입니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삶을 스스로 통제하거나 어떤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넌 왜 그렇게도 게으르니?” “불평 따위는 집어치워.” “숙면을 위한 노력을 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등의 섣부른 충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고, 치료 후에 다시 안정된 상태로 평범한 생활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혹은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자살 충동이 크거나 일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중증 우울증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원하면서 약물 요법과 심리 상담 등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현대 의학에서의 우울증 치료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 치료가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 신경세포 자극이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가지 항우울제들의 치료 효과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지만 의욕 증대 혹은 진정과 같이 정반대의 작용을 하기도 하고, 부작용 측면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항우울제는 우울증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강박증, 각종 중독증, 불안증 등에도 사용됩니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물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는 의사가 정확하고 세심하게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환자의 경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진단하여 함부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인들도 명심해야 하며,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와 마찬가지로 심리 치료 역시 우울증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 행동 치료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가 일상 속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들어주고 나아가서는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또한 심리 치료 방법 중의 하나인 대인 관계 치료는 우울증의 원인을 주변인들과의 의사소통 장애로 보고 그것에 있어서의 문제 행동과 인식을 교정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그 밖에 심리 치료에는 정신 분석 요법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기타 치료 방법에는 전기 충격 치료라든가 갖가지 신종 치료법, 운동이나 영양소 섭취 등을 통한 대체 요법이 있습니다.